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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츠프레소(NetsPresso) 개발 회고


 

개발에 5개월, 방황에 2년 3개월

2022년 9월 초, 우리는 NetsPresso 1.0을 출시했다. 이제 겨우 1.0 버전을 세상에 내놓았을 뿐이지만 나는 이번 릴리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NetsPresso 1.0은 넷츠프레소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낸 우리의 첫 프로덕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는 이전까지 넷츠프레소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딥러닝 모델 경량화 플랫폼'이라는 두루뭉술한 이름이 프로덕트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꽤 긴 시간 동안 유형(有形)의 산출물을 내지 못했다.


아주 단순하게 ‘유형의 산출물’을 개발하는 데 걸린 시간을 계산해 보자면 1.0 버전의 설계 초안이 나온 시기가 2022년 3월 중순 경 이었으니 5개월 정도 되는 기간 동안 스무명 남짓 되는 사람들의 수고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NetsPresso 1.0이 탄생하는 과정을 5개월 동안의 수고라고 표현하기엔 과한 축약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넷츠프레소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것은 2020년 5월 경이다. 여러 사람의 투표를 통해 이름을 결정한 지도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전에는 넷츠프레소 대신 Automatic Model Compression(AMC)이라는 이름이 통용되었다. AMC라는 것의 첫 번째 코드가 작성된 시점을 확인해보면 2020년 1월의 기록이 남아있다. (첫 번째 커밋 메시지는 ‘최초 업로드’ 였다) 즉, 넷츠프레소가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NetsPresso 1.0이 나오는 데까지 2년 8개월이 걸렸다는 뜻이다.


NetsPresso가 태동한 시점과 NetsPresso 1.0의 개발이 시작된 시점 사이에는 2년 3개월이라는 긴 공백이 존재한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한 채, 지도 없이 길을 찾는 무리처럼 방황했다. 헤매는 와중에 조금씩 지도를 그리려고 애썼고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지도를 들고 길을 찾는 중이다.


NetsPresso 1.0이 릴리즈되던 날 저녁, 우리는 다 같이 모여 피맥 파티를 했다.

인생은 직진. 걸어온 길은 산길.

지금까지 넷츠프레소를 개발하는 과정을 이제 와서 돌아보니 직선으로 뻗은 길이 눈에 보이지만 막상 정면을 볼 때면 똑바로 뻗은 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는 우리의 선택지에서 최선의 것을 찾아내려고 치열하게 고민했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확신 없는 상태에서 먼 길을 빙빙 돌았고 보통의 경우에는 우리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때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노타의 인원이 훨씬 적었을 시기. 우리는 매일같이 야근과 고민을 반복했다.

허송세월했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사실은 전체 개발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고, 실패작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마지막 퍼즐 조각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빛을 발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우리가 했던 일들의 가치를 깨닫게 된 것이다. 결국엔 가치를 발견할 것을 알았더라면 좀 더 즐겁게 일할 걸 그랬다. 물론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것 같은 경험은 자주 겪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길고 괴로운 방황의 시간을 보낸 다음 그동안 우리가 이뤄 놓은 것을 멀찍이 떨어져서 볼 때 숨겨진 연결 고리를 볼 수 있었다. 우리가 과거에 한 일들을 잘 이해하고, 그것들을 (특히 남이 한 일들을) 폄하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 가치를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넷츠프레소가 무어냐고 물으면 나도 뭐라고 한마디로 속 시원히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할 때도 있었고 타깃 유저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사실, (몰라도 아는 척할 필요가 없는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아직도 넷츠프레소에 대한 모든 질문에 대해 정확히 답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다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겠지만, 한가지 변명할 거리는 있다. 우리는 넷츠프레소라는 것을 구체화 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무언가와 비교할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처음 보는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직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야하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알아내려고 노력하는데만 2년 3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였다. 드디어 약간의 실마리를 찾아 NetsPresso 1.0 을 설계했다.



릴리즈 이후 팀 개편을 하던 날. 간만에 마음이 편했다.
릴리즈 이후 팀 개편을 하던 날. 간만에 마음이 편했다.

나는 아직 연구 개발이라는 업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한 연구 개발 프로젝트에서 2년 반 정도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 사람에 불과하다. 이 분야를 조금 맛보고 나니 주식에 자신 있다는 사람과 연구개발에 자신 있다는 사람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그 누구의 마음대로 되지도 않을 것 같다는 뜻이다. 특출나지 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겸손하게 현재 상황에서 최적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가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뿐이다.


특출나지 않은 사람 중 하나인 내가 이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느낀 점들을 정리해보았다. 누군가에게 작은 참고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두 번에 걸쳐 자세한 이야기를 올려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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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말

넷츠프레소를 정의하고, 형태가 있는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개발하는 동안 많은 동료들과 일했습니다. 함께 동고동락하며 개발을 진행한 넷츠프레소 팀을 비롯하여 전략팀, 마케팅팀, 타 솔루션을 개발 중인 분들과도 많은 의견을 나누며 성장했습니다. 저는 넷츠프레소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도움을 준 동료들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다들 처음 보는 물건을 만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Nota Inc. NetsPresso 팀 Application 파트 | 백종원

"넷츠프레소, I'm your 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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